농기계 수출업계가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정책 위법 판결에도 쉽게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효관세율이 낮아지고 이미 납부한 세액을 돌려받을 길이 열렸지만 현실화 여부는 장담할 수 없어서다.
◆1억원짜리 트랙터 한대당 관세만 2200만원 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농기계 수출액의 전반은 미국에 수출하는 트랙터에서 나온다. 미국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한국산 트랙터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금속 함량률을 따져 이원화한 관세를 매기고 있다.
과세 대상 금액이 1억원인 트랙터의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20%라면 2000만원에 대해선 50%의 품목관세(1000만원)를 부과한다. 나머지분(8000만원)에 대해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하는 상호관세 15%(1200만원)가 적용된다.
다만 이때 함량률은 무게·부피 함량 비율이 아니라 관련한 가치율을 말한다. 트랙터는 무게 기준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전체의 80∼90%지만 관련 가치율은 20% 선으로 알려졌다.
◆품목관세(50%)는 그대로…상호관세율만 15%→10% 인하=하지만 미 동부 시간 2월24일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2월24일 오후 2시1분)부터 상호관세 15%가 현지 대법원 위법 판결로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 10%가 부과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상호관세 15%가 글로벌 관세 10%로 5%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관세 50%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그대로 유지된다”며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관세가 5%포인트 낮아진 것은 맞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 인상 방침을 밝힌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일 다음날인 2월21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방 대법원의 위법 판결에도 전적으로 합법적인 대체법을 이용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관세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월25일(현지시각) 폭스 비즈니스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가 15%로 오르고 또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관세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대규모 관세 환급길 열렸지만 현실화 미지수=농기계업계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환급 현실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2월 기준 미국에 수출하는 트랙터에 붙는 실효관세는 20∼25% 수준이다. 과세 대상 1억원짜리 트랙터(철강·알루미늄 함량률 20% 기준)를 수출했다면 실효관세는 2200만원(22.0%)이다.
그런데 미 대법원이 상호관세(15%)를 위법으로 판결했기 때문에 1억원짜리 트랙터 한대당 1200만원을 환급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주요 농기계업계는 미국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해당 관세 환급은 현지법인에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농기계업체 관계자는 “다른 산업의 대응 흐름을 지켜본 뒤 환급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면서도 “‘무역법 301조’나 ‘관세법 338조’ 등을 근거로 한 추가 관세 인상으로 보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환급 규모가 크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신청이 몰릴 때 실제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환급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까지 진행해야 한다면 오히려 소송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IEEPA 관세로 12월 중순까지 1330억달러 이상을 징수했다. 또한 미 연방 대법원은 환급 여부를 판결에서 다루지 않아 미 행정부는 하급심 판단에 따를 것으로 전망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하급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업체들은 미 관세당국의 일반적인 관세 환급 기준·절차를 참고해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관세 환급 청구권은 실제 수입자가 아닌 통관 서류상 ‘수입 신고자’에게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